이마도 어부사시사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며 놀겠다고 모인 다섯 벗들
대구술 불로,해남술 해창,옥천 막걸리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마셔가며
물,소나무,바위,달,대나무를
가슴에 품은 이들
산을 그리고 바다를 그리고 소나무와 바위를
그리며 모두 락(樂)락(樂)
친구야 놀자 갓꽃 냄새 맡으며
바닷길을 내려가 갯바위에서도 술을 마시고
머리에 술통을 잔뜩 꼽은 거룩한 술꾼 옆에서도 같이
술을 마시고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벽녘 서녘으로 가는 노란 둥근달을 보면서
벗들의 마음을 건드려보면서
비소리에 젖어 바다안개에 파묻쳐
막걸리 한잔 두잔 건네 주고 건네 받고
이마도땅이 붙은 해남땅 위에 구름이 예쁘게 예쁘게
퍼져 오른다
아직은 이른 봄 꿈결같은 날에
이마도 땅에 다섯 벗이 모여
이마도 어부사시사를 써내렸다
어부들과 물 속 조가비들,바다풀들이 같이 살아온 것들을
바다와 어부들이 뱉어낸 것들을
하나씩 주워와 버려진 밧줄로 다시 꽁꽁 엮어
땅 위에 세우고 하늘로 구름 하나를 매달아
다시금, 다섯 벗이 그린
이마도 어부사시사가 쓰여졌다
-박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