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 : 해남자화상展
녹우당충헌각 2017.7.2~8.30
김우성 해남자화상, 그리고 아일랜드팬션
지난해 여름 런던에 갔었다. 마침 내셔널갤러리에서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의 손자 루시앙 프로이드의 회고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시를 보며 해남에서 만난 김우성작가의 인물화를 생각했다. 도록을 한 권 사서 김우성작가에게 건네주고 1년이 지났다. 5월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 <아일랜드팬션>을 만났다.
아일랜드 팬션은 바다가 보이는 어떤 모텔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아일랜드팬션>을 보고 그 작품이 작가 김우성의 여정에서 어떤 분기점을 가를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김우성작가의 기존 작품들은 심각했다. 객관적으로 심각하다. 작가와 객관적 거리를 두고 있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림 속에는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지만 심지어 가족에 대한 사랑도 사적이기 보다는 작가적인 거리를 두고있다. 그 거리감은 관람객의 시선에도 거리를 두게 한다. 작품 <아일랜드팬션>은 그러한 거리감에서 벗어나 있다. 작가는 한사코 작품이 덜 그려진 미완성작이라고 했다. 나는 미술관에 걸린 반고호의 작품도 피카소의 작품도 완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을 수없이 보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예술에서 공예적 완성도가 아닌 감동을 느끼고 싶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다. 작품 <아일랜드팬션>은 그런 점에서 비로소 작가의 주관적 심리가 놓여있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300년 전 공재는 자신의 자화상에서 굳게 다문 입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강렬한 시선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다.
작품 <아일랜드팬션>은 정면을 외면한 혹은 세상으로부터 눈을 감은 불안한 중년 여성의 시선이 압권이다. 여인을 사이에 두고 붉은 방과 유토피아와도 같은 해맑은 바다를 가르는 구도와 무심한 붓질과 색상이 그리고 아무렇게나 놓여버린 삶이 느껴진다. 3년이란 시간에 불과하지만 간간히 김우성 작가를 보며 하루빨리 작가의 스스로의 무거운 과제가 끝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2. 제3의 <아일랜드팬션>을 만나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