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연-수묵회화 水墨繪畫展

: 땅끝 달마산 미황사 그리고 다도해

땅끝'ㄱ'미술관 / 미황사 / 행촌미술관
 2017.8.17-9.30

조병연의 임하일기


2017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남 송호리 사구미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땅끝 조각공원에 자리한 ‘땅끝ㄱ미술관’에서 조병연작가의 수묵회화水墨繪畫 전시가 열렸다.

남도 화맥의 계승자 남농南農의 후예라 불리며 오랫동안 남도산수를 화폭에 담아온 조병연작가는 2016년 봄 해남으로 이주했다. 동백과 매화가 남도 해안을 따라 피어오를 때였다. 해남으로 이주하면서 자의반 타의 반 도시와의 인연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고독한 혼자만의 시간과 마음을 평범한 돌 1000개에 쏟아 부처를 그리고 천불을 그렸다. ‘천불’은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에 영구 설치되었다. 해남으로의 이주와 정착을 위한 ‘천불’ 제작 도중 작가는 몸에서 끓어오르는 창작 욕구를 주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천불이 작가의 손을 떠난 후 마음과는 달리 한동안 손에 붓을 잡기 어려웠다. 그리고 2017년 조병연 작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몸과 마음에 익힌 작업방식을 모두 배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동안 몸 속 깊이 체화된 황토색과 푸른 화면과 날아가는 듯한 빠른 필치의 습관적인 붓질을 모두 버리고 온전히 수묵으로 충실하게 화폭을 대면하였다. 또한 깔깔한 남도 풍광을 그려온 남농南農의 작업을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10M에 이르는 장대한 <달마산達磨山>과 남농이 즐겨 그리던 거친 해풍을 견디고 마주한 <삼송三宋> 등을 그렸다.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하고 한걸음 한걸음이 더디기만 한 자신과의 대면이었다.

작가는 달마산과 미황사를 오가며 미황사의 봄과 가을, 미황사의 새벽을 화폭에 담기도하고, 1000년전 미황사의 시작과 오늘날 장엄하고 아름다운 미황사 괘불제를 화폭에 담기도하였다. 간혹 소박한 걸음으로 작업실 인근 임하도 바다와 고향 월출산 마을을 다니며 사생하기도 하였다. 조병연 작가가 수십년 동안 몸에 익혀온 익숙한 방식을 밀쳐내고 오로지 수묵과 대면하였던 일은 작가적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신과의 길고 간 대면의 시간이 흐른 후 만나게 된 인고의 작품이자 그림으로 그린 조병연의 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