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호展 _ FLOATING부유
행촌미술관
2020.11.14. - 12.04.
부유하는 실체, 토르소와 비너스의 사이
이승미(행촌미술관장)
여수 바닷가에서 작업하는 박치호. 2019년 박치호의 작업실에서 만난 작품의 첫 느낌은 마치 거대한 신전의 열주와도 같았다. 나는 작가에게 작품의 내력을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10년이나 안주해 있었다는 바닷가 작업실 작품들 사이에서 작가의 안부를 물으면서 벽에 걸린 작품들 한 점 한 점을 읽었다.
천장이 높은 작업실에는 천장 가까이부터 벽의 중간 부분까지 작품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 사각의 공간 구석부터 중심 쪽으로 캔버스들이 키를 맞추어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 외에도 어딘가에서 전시를 마치고 온 듯한 작품들은 벽에 혹은 바닥에 기대있거나 이젤 위에 놓여있었다. 그보다 더 많은 드로잉 작품들은 마치 메모처럼 여러 벽에 붙어있었다. 작업실 중앙쯤에 벽을 등지고 있는 가로로 긴 서랍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서랍마다 크기를 맞추어 차곡차곡 드로잉 작품들이 쌓여있었다. 30년을 작업해온 작가의 작업실은 그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들어설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였을 수도 있다. 30년 작업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개인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가가 전시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기회가 없었던 것 같지도 않다. 미술계의 특성이나 관례를 모르는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의 겸손하고 꼼꼼한성격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했다. 1994년 첫 개인전부터 작가의 관심은 바다와 사람이었다. 작가가 자라온 환경이 바닷가 도시인 데다, 가족의 삶이 바다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작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런 미련 없이 고향 여수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다에 대한 회귀본능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작가에게 바다는 예술과도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작가의 작업 현장이 바다 혹은 바닷가에 마치 등대나 이정표처럼 설치되었다가 바다로부터 해안가로 밀려오는 부유물을 끌어안고 작업실로, 캔버스 위로 <Floating> 되면서 작가의 작품은 바다를 닮은 인물, 혹은 바다와 동격의 인물은 회화적 실험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2014년 이전의 작품에 나타나는 다양한 회화적 실험의 결과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표현주의적 실험을 거쳐 자유분방한 회화적 형태와 색의 깊이를 갖추고 노동과 인내 반복적 미학을 거쳐 인물이 모더니즘적 미감을 가지고 전면에 등장한다. <Floating> 연작은 다양한 재료를 통한 회화적 실험과 화가 박치호의 예술에 대한 깊은 사고의 결과이자 30년을 건너온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결과물이다.
박치호 작가의 <Floating> 연작은 색감이 아름답고 회화적 깊이가 있다. 검고 깊은 심연의 푸른색 혹은 더는 빛이 닿지 않는 회색일지라도 바닷물의 깊이만큼이나 깊은 공간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품 <Floating>의 이미지가 토르소인지 비너스인지는 중요한 문제는 아닌듯하다. 인체를 닮은 형상은 구석기시대여인을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닮았으나 고대 문명의 유적에서 드러난 신전의 조각들처럼 파괴로 인한 완결성을 지닌 토르소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제목<Floating>에서 유추 할 수 있는 점은 두렵고 위험한 바다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외피와도 같은, 또 하나의 신체 혹은 다른 우리들의 피부와도 같은 따스함으로 느끼고 싶다. 작가는 지난 10년간 지속해 온 작업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제 작업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교차로에서 익숙한 것들과 멀어지려 하고 있다.
2020 전남문화재단 레지던시지원사업
박치호展_FLOATING 부유
2020. 11. 14._12. 04.
행촌미술관
모십니다.
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에서는 2020 이마도레지던시 참여작가 박치호의 결과보고전시를 개최합니다. 전시는 행촌미술관과 작가의 여수 화양면 작업실에서 동시에 오픈합니다. 미술대학 졸업 후 고향 여수에서 작업에 매진해온 작가의 결단과 외로운 창작의 결과를 책으로 엮었습니다.전남문화재단과 행촌문화재단은 또 한명의 지역의 중요한 작가를 국내외 화단에 자리매김 하는 데에 서로의 힘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부디 오랜시간 단련되고 준비된 작가의 창작활동을 격려하고 축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행촌문화재단 김동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