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수展 어머니 바다 땅 母海地
행촌미술관 2019.06.01 ~ 06.30
고향에 온 이방인
예술이 이론으로 무장하고 형상이 무시되고 추상의 물결로 전 세계가 범람하던 시기에 매우 심심한 풍경으로 일약 세계적인 예술가로 부상한 작가가 있다. 올해 83세인 David Hockney이다. 그의 고향은 영국 런던에서 버스로 4~5시간 가야 하는 한적한 마을이다. 젊은 시절 파리로 뉴욕으로 예술적 방랑을 하며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세계미술의 중심에 있던 그가 수년 전부터 고향에 돌아와 작업실을 열고 다시 전형적인 영국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금도 전 세계가 열광한다. Hockney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풍경을 보기 위해 바다건너 대륙건너 작가의 고향으로 여행을 간다. 작가 한홍수도 고향에 돌아왔다. 그리고 고향을 그려 전시회를 준비하였다. 작가 한홍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본인이 해남에서 전시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의 기억 속 해남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파리의 예술가로서 살아온 작가와 고향 해남의 조우는 좀처럼 연결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오늘 고향 해남에서 생애 처음으로 열리는 작가의 전시회는 별일이다. 해남 연당리가 고향인 작가는 중학교 졸업 후 미술특기생으로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다고 하니 10대에 고향을 떠나 거의 반백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목포에서 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는 곧 서울로 상경하였다. IMF로 대한민국이 혼란스러웠던 1990년 무렵,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만을 가슴에 품고 불현듯 프랑스 파리로 훌쩍 떠났다. 그 이후 파리지앵으로서의 삶이야 영화 속 그대로 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때로 모든 일은 우연한 그리고 사소한 ‘만남’에서 시작되곤 한다. 빠리지앵 한홍수가 한국에서 온 한 작가를 만나고 우연히도 그 작가에게서 고향 해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 마음의 동요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3년 뒤 작가는 10대에 청운의 꿈을 품고 떠난 고향 해남으로 반백년이 다 되어 돌아온 것이다.
고향에 온 작가는 처음 몇 주는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긴 타향생활의 여독을 풀고 싶었던 몸이 먼저 반응하였을 게다. 그리고 반년을 땅 끝 고향바다와 마주하고 있었다. 지척에 어머니도 자주 뵈었다.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향 친구들도 모두 환대해 주었다. 또 서울에서 만난 해남사람들도 모두 친절하다.
인간의 나이로 환갑을 맞이한 때에 고향에 돌아온 점이 아이러니하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 온 긴 여행이었다. 걸어서도 지구를 한 바퀴 돌만한 긴 시간이었다.
작가가 지난 반년 동안 이마도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들은 작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난 이후 가장 긴 시간동안 고향에 머물면서 그린 그림 20여점이다. 어머니와 해남의 붉은 땅 그리고 바다. 이전의 전시에서도 작가는 풍경과 인물들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이는 어머니 바다 땅은 이전의 풍경과 인물과는 사뭇 다르다. 머리로 감성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몸에 새겨진 근원과도 같은 그림이다. 고향 해남. 임하도. 바다를 마주한 이마도스튜디오에서 고향 내음을 느끼고 고향음식을 먹으며 사색과 창작의 시간을 마주하며 그려진 작품들이다.
길고 긴 인생의 여정 후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전시를 고향에서 연다는 데에 이번 전시의 의미가 있다.
※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2019 신나는 예술여행>을 운영한다. 한국문화 예술위원회의<신나는 예술여행>은 대국민 문화향유 증진사업으로 더 많은 국민이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추진한다. 행촌문화재단의 <2019 풍류남도 해남 프로젝트>는 지난 3월에 있었던 30여명 예술가들의 해남 화첩기행으로부터 시작 되어 12월까지 전시회 10여회 공연 18회, 상시적인 전시연계교육프로그램 등 40여개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행촌문화재단 이승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