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풍류남도 Art 프로젝트: 수묵남도水墨南道

행촌미술관 / 미황사자하루 미술관 / 백련사 / 해남공룡박물관 / 수윤미술관 / 해창주조장 
2017.9.26-10.31

2017년 1월 고정희가 자란 들 건너편 목신마을에 목수와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다. 목수는 산에서 간벌되어 버려진 나무를 깎아 숟가락과 커피그라인더와 의자를 만들면서 수도승처럼 조용히 살고 있었다. 선녀 같은 아내는 목수남편이 만든 작은 소품들을 한 달에 한번 열리는 마을장에 내다 팔았다. 목수를 만나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3년째 접어든 풍류남도 아트 프로젝트는 어느새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꿈을 그리고 있었다. 목수 이씨를 위해 서울 나들이를 했다.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 열린 <목수 이씨의 생각하는 손>전시에 나갔던 작품들은 대부분 새 주인을 만나고 일부만 목수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해남전시는 취소되었다. 그러나 해남 사람들은 해남 전시 취소를 축하했다. 


2017년 이른 봄 아직 눈이 내리고 대파가 시장에 나갈 무렵, 홀로 농사로 5남매를 키우면서도 60이 되면 반드시 화가 할머니가 될거라고 스스로 다짐하던 김순복할머니를 만났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농사짓는 틈틈이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자마자 김순복 할머니는 늘 꿈꾸던 화가가 되었다. 그녀의 나이 59세 였다.


5월에 행촌미술관 전시가 열리자마자 서울에서 광주에서 순천에서 초대전시를 하고 싶어 했다. 농부로서 자신의 생활과 이웃을 그린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민중미술화가 이종구선생은 김순복할머니의 작품을 보고 자신의 작품보다 더 리얼리티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복 할머니는 아마도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농부화가로 기록 될 것이다. 이미 그녀의 작품들은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의 현실과 농촌사람들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 어떻게든 기록과 보존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은숙씨의 밥상>은 남도의 평범한 가정식을 매일 하루 세번 직접 차리고 먹고 치우는 김은숙작가의 평생이 담겨있다. 하루 세 번 남도의 계절밥상을 차리면서 살아온 그녀의 하루 세끼 밥이 예술 작품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첫째는 그녀가 작가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밥상 역시 우리의 삶처럼 유한하기 때문이다. 조형적 아름다움이나 사진적 깊이는 차순위 덕목이다. 

<은숙시의 밥상>은 솜씨 좋은 해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듯이 대한민국 남도 여성만이 차릴 수 있는 밥상인데다가 그 남도 여성이 하필이면 사진작가 은숙씨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꼬박 3년째 밥상을 찍고 있다. 


결국 3년을 이어온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는 절집 미황사가 예술로 느껴지도록 하였다. 지난 11월, 소격동 학고재갤럴리에서 <미황사>전시가 열려 그동안 미황사를 그린 작품들이 200여점 전시 되었다. 이제 파리의 에펠탑이나 세느강 뉴욕의 허드슨강과 브루클린 다리를 보아도 별로 부럽지 않다. 우리에겐 미황사가 있고 미황사는 오늘도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주고 미황사를 볼 때면 미황사를 표현한 예술작품들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답사 온 예술가들에게 백련사에서도 재워주고 밥도 먹여주었는데 작가들은 미황사만 그려 백련사 주지스님 뵙기가 난처하였다. 


2015년부터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300년 전 공재를 동시대로 불러내고 1000년전 불교도상에서 현대미술의 근간을 발견한다. 도시에 사는 작가들은 휴식과 재충전을 하고 예술의 본질과 초심을 생각하고 지역의 예술가는 쉽게 남태령을 넘나들었다.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고 예술엔 변방이 따로 없다는 것을 새삼 경험한다. 지난 3년동안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된 작품은 2000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시는 단체전에서 개개인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개인전들이 되어갔고, 때로는 하루 3번 오가는 시골버스정류장도 전시공간이 되고 대웅전 부처님도 전시작품이 되었다. 2018년을 알리는 달력들에 풍류남도아트프로젝트 작품들이 들어갔다. 달력은 도록과 달리 수만부가 제작되어 집집으로 인연따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