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촌 김제현박사 탄생 100주년 기념 100년의 약속 展
<2026 우리 시대 예술>展
전시장소 : 1층 기획전시장 Gallery M
참여작가 : 김기라 김선두 김 억 김우성 김은숙 김정아 김주호 류연복 류준화 민정기 박득규 박문종 박미화 박성우 박치호 방정아 박재동 서용선 손기환 신재돈 송필용 안윤모 안석준 요요진 우용민 유대수 윤석남 윤근영 이윤엽 이 인 이인성 이종구 이은미 안혜경 이혜경 조병연 조종성 최석운 하성흡 한생곤 홍선웅 홍성담 Elisabeth Melkonyan Thosaphorn Sutham Ooc Natthiwut Nani Nani Keng Attasit Pokpong, Pimpisa Tinpalit(48)
<2026 동백매화 봄 소풍>展
전시장소 : 1층 창작교육실 C&Edu
참여작가 : 고형숙 김보라 김 억 김우성 김정아 김학곤 김형주 김창환 류준화 박득규 박충의 손기환 송지인 안석준 양화선 우용민 유대수 윤여걸 이은미 이홍규 이 인 임지인 오정희 요요진 한생곤 장현주 장일권 조종성 조병연 최혜인 최석운 하성흡 Thosaphorn Sutham(33)
목판에 새긴 역사와 이상. <민중미술 판화> 특별전
전시장소 : 2층 Project Gallery
참여작가 : 오윤 류연복 홍성담 최경태 이윤엽
<고귀한 기록, 행촌김제현 박사가 아끼고 사랑한 예술작품>展
전시장소 : 2층 행촌기념관
참여작가 : 소치허련 미산허형 남농허건 의제허백련 소정변관식 김현철 아산 조방원 제강 안태원 숙당 배정례 백포 등
“예술은 영원하다 Art endures”_ 대를 이은 예술 사랑, 이어 받은 선대의 꿈展
전시장소 : 3층 Gallery S(storage)
2026 우리 시대 예술展/ 1층 기획전시장 Gallery M
(재)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은 행촌 김제현박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행촌미술관을 신축 이전하고, 이를 기념하여 특별기획전 100년의 약속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행촌 김제현박사 탄생 100주년 기념 100년의 약속은 총 5개의 전시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첫 전시는 《2026 우리 시대 예술》展입니다. 《2026 우리 시대 예술》 전시는 2014년 행촌미술관 개관 이후 지난 13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맺어온 예술적 관계의 깊이를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지난 시간 동안 (재)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 이마도 창작스튜디오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작업과 사유를 공유해 왔습니다. 200여 차례에 이르는 전시와 13년 동안의 레지던시를 통해, 또 오랜 우정과 예술적 교류를 통해 행촌미술관의 성장에 기여해 왔습니다. 행촌미술관과 예술가와의 관계는 전시나 레지던시 참여보다 행촌미술관이 지역과 세계, 전통과 동시대를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이자 문화자산, 그 자체입니다.
참여예술가들은 모두 동시대 예술가로서 독자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 오늘의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입니다. 회화와 판화, 설치, 및 혼합매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조형 언어는 오늘날 한국미술의 다양함과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김선두, 류연복, 민정기, 서용선, 윤석남, 이인, 이윤엽, 홍성담을 비롯한 50여 예술가들은 오늘날 우리 동시대 미술의 지층을 단단하게 형성해 온 예술가들입니다. 여기에 태국과 오스트리아 호주 등 해외 예술가의 참여는 행촌미술관이 지역적 기반에서 국제적 예술 교류를 함께해 온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는 서로 다른 삶과 문화, 예술적 시선이 만나는 동시대적 연대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이 예술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행촌미술관과 해남, 임하도를 생각하며 ‘신작’을 제작하거나, 작가의 ‘대표작’을 기꺼이 내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역사와 인물화의 대표작가인 서용선 작가는 2014년 임하도 창작 레지던시가 문을 열기도 전, 임하도에서 제작한 자화상을 출품했습니다. 출품작 대부분은 오늘 행촌미술관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축하와 기대에 대한 공동의 사유와 감각이 반영된 작품들입니다. 이는 행촌미술관의 지난날의 의미를 담보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예술이 생성되는 활발한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전통유산을 지키는 일과 새로운 예술을 맞이하는 일은 연속선 위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두 시간대가 교차하는 지점, 즉, 지난 100년과 앞으로의 100년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그 교차점인 《2026 우리 시대 예술》展은 미술관이 지난 시간 동안 맺어온 관계와 신뢰, 그리고 예술적 연대를 상징하며, 대한민국 해남에 위치한 지역의 미술관이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가 아닌, 동시대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고 예술적으로 호흡하는 공간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행촌미술관 Gallery M에서 펼쳐지는 이 특별한 만남은 행촌미술관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사유하게 하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6 동백매화 봄소풍
- 1차: 2026.03.28(토)_29(일)
- 2차: 2026.04.10(금)_11(토)
- 전시: 2026. 05. 08. 행촌미술관
행촌미술관은 매년 이 땅에서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는 매화가 필 때, 겨울에 지친 예술가들과 함께 해남의 봄을 즐기는 봄꽃 소풍을 떠났습니다. 벌써 열두 번의 봄 소풍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봄 소풍부터 줄곧 참여한 분들도 계시고, 한두 해 참여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동안 열두 해 봄 소풍에 초대된 예술가는 매년 30명 내외, 약 300여 예술가가 참여하였습니다. 열두 해의 봄 소풍은 행촌미술관에 특별한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2026 동백매화 봄 소풍은 행촌미술관 신축이전을 기념하여, 34분의 예술가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다녀갔습니다. 그사이 예술가들은 약 200여 점 이상의 드로잉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이제 예술작품이 된 해남의 봄을 다시 한번 느껴볼 차례입니다.
매년 봄 소풍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하루 이틀 사이 10~20여 점의 드로잉작품을 제작합니다. 열두 해의 소풍이 그려낸 해남의 봄은 이제 2,000여점이 훌쩍 넘었습니다. 또한, 그 드로잉을 기반으로 해남의 봄과 자연, 해남의 문화유산이 예술가의 예술작품이 되어, 그 또한 1,000여 점이 훌쩍 넘는 작품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작품들은 해남뿐 아니라 서울 부산 경기 강원 광주 등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기획한 전시회에 초대되었고, 간혹 해외로도 나갔습니다.
전시를 마친 작품들은 다양한 소장처로 떠났습니다. 작가의 작업실, 누군가의 서재와 거실, 그리고 수년 전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과 인근 광주시립미술관에도 예술작품이 된 해남이 소장되었습니다. 행촌미술관의 동백 매화 봄 소풍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들은 오늘을 담은 우리들의 예술로,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목판에 새긴 역사와 이상. <민중미술 판화> 특별전/ 2층 Project Gallery
1980년 전후 대한민국은 정치적 사회적 격변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군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예술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일찌감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였다. 이 흐름을 예견이라도 하듯 70년대 후반 이 땅에 등장한 민중미술은 예술을 미적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현실 비판과 사회적 실천의 도구로 재정의하였다. 민중미술은 당대의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등 억압된 주체들의 삶을 드러내며,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판화>, 특히 목판화는 민중미술의 핵심 매체로 자리 잡는다. 판화는 복수 제작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대량 배포와 확산에 유리했다. 이는 곧 집회, 시위, 교육 현장 등에서 이미지가 빠르게 공유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였다. 또한, 목판화의 거칠고 직설적인 조형 언어는 현실의 긴박성과 민중의 집단적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적합했다. 이러한 이유로 판화는 ‘이미지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실천적 매체로, 민중미술의 이념과 가장 긴밀하게 결합 된 예술적 장르로 기능하였다.
그 중심에 예술로 시대를 바꾸고자 한 오윤이라는 작가가 있었다. 그는 조각을 전공했으나 한국 민중 판화의 조형 언어를 이끌었고, 전통 목판화의 미감과 현대적 사회의식을 결합하여 강렬한 상징성과 서사성을 구축하였다. 그의 작품은 민중의 삶과 저항의 서사를 압축된 이미지로 제시하며, 이후 세대 작가들에게 결정적인 미학적 기준을 제공하였다.
홍성담의 ‘5월 판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증언하고, 그 참혹한 상황을 50점의 판화로 기록하였다. 당시 그의 판화는 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기여하였다.
오늘 까지도 홍성담의 5월 판화는 역사의 기록이자, 국가 폭력과 집단적 트라우마를 고발하는 동시에, 기억과 애도의 공동체적 장을 형성한다. 이미지 속 인물들은 익명의 민중이자 동시에 구체적 역사 주체로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현재형으로 환기시킨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홍성담작가는 어쩌다 판화를 제작하게 됐을까? “5·18 진상규명을 위해 국내외에 돕는 시민사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5·18을 알려야 하는데 당시에는 사진이 나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외국인 목사님이나 신부님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제가 아주 얇은 종이에 보고 들었던 것을 담채화 비슷하게 연필로 그리고 물감을 옅게 칠해서 줬어요. 가지고 가다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 노루지 같은 데 그린 그림을 아주 얇게 말아서 속옷에 들어가는 고무줄을 빼고 그것을 넣었지요. 속옷 2장에 그림 10장 정도를 넣을 수 있어요. 그걸 무사히 가지고 가면 그분들은 예배나 미사 시간에 앞에 걸어두고 5·18을 알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된 판화를 보고, 왜 판화를 생각 못했지? 라고 생각하고, 쉽게 복제 가능한 고무 판화를 제작했어요. 1987~1988년 사이에 250점을 제작했어요.” 홍성담 작가는 5·18 판화들을 작품이 아닌 세계에 광주를 알리는 데에 활용한 ‘미디어’라고 했다. 지금도 작가는 후배들과 함께 판화연구소, 예술공장등을 운영하면서 여전히 평화와 환경에 대한 시민운동인 “미술행동”을 통해 ‘행동하는 예술’로 더욱 확장된 미디어를 활용한다. 홍성담의 5월 판화집 <새벽>의 50점 중 일부는 당시 행촌김제현박사와 두 아드님, 해남종합병원과의 인연으로 해남에서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5월 판화집 ‘새벽’과 당시 해남에서 제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류연복의 ‘생명판화’는 민중미술 내부에서 중요한 전환을 이루었다. 그의 작업은 초기 정치적 사회적 투쟁과 저항의 서사를 지나 생명, 자연, 공존의 가치로 그 시선과 역할을 확장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 속에서 삶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류연복의 판화는 민중미술이 이제 정치적 리얼리즘을 넘어 삶의 리얼리즘으로, 예술적 성숙과 확장, 인간의 존재론적 성찰과 소박하고 일상적인 실천을 보여준다.
류연복의 판화는 암울한 정치적 세월에 저항한 삶의 흔적이며 역사였다. 시대적 현실에 저항하며 비판하는 칼이었다. 리얼리즘을 통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적 기능을 실천하며 사회 변혁을 향한 경종이었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 그의 작업은 우리나라 국토를 온몸으로 누비며 체득한 진경판화로 발전하였다. 류연복의 진경판화는 이 땅을 지키고 살아온 민중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다. 그의 진경 판화는 독도,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 무등산, 북한산, 그리고 분단풍경인 DMZ 등 우리 민중과 역사의 뿌리인 우리나라 전국의 산하를 목판에 새겼다. 류연복의 진경판화에는 여전히 민중 판화의 강렬함과 자연의 일부분인 사람의 겸손함이 함께 녹아있다. 그의 목판화에 대해 박금리 시인은 ‘판화가 류연복’을 칼질로 밤새우는 백정이라고 했다. “천하의 잘난 놈들 / 다 잡아주는 사람 / 나까지 잡을 사람 / 이런 무서운 백정을 / 난생 처음 보았다”고 했다.
판화는 조각칼로 수없이 반복적인 칼질을 통해 나무를 파고 형상을 만들어 내는 노동이다. 여느 반복적인 노동이 다 그렇듯 칼질에 몰두하다 보면 세상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판화는 단순 노동이 아니라 전체 조형을 생각하면서, 마지막 완성된 작품에 대한 목표를 놓치지 않고 칼질을 해야만 하는 고도의 숙련 또한 필요하다. 또한, 칼로 파낸 나무판에 색을 입히고 종이에 찍어내는 일 또한 강한 집중과 예술적 전문성이 필요한 노동이다. 때문에, 판화는 오히려 회화보다 고도의 기술과 숙련이 필요한 작업이며, 같은 판에서 찍어낸 판화라 해도 한 점 한 점이 모두 다른 작품 일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판화는 회화작품에 비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오해는 그야말로 오해일 뿐이다. 판화 작품은 한 점 한 점이 인쇄물이 아닌 고도의 노동집약적 예술작품이다.
최경태는 80년대 민중미술이 한참이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그 대열에 합류하였다. 마치 화가의 자화상 같은 최경태의 노동 판화는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당시 노동 현장인 인천에서 성장한 그의 작품은 노동자의 긴장과 반복되는 노동,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을 강렬한 흑백 대비로 표현하였다. 이는 당시 민중미술가인 본인의 현실과도 닿아있어, 민중미술이 노동 현실을 어떻게 시각적 언어로 조직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최경태는 후에 회화작업으로 작업 방향을 확장하고 사회비판의 대상과 의미를 사회전반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민중 판화의 토양에서 성장하며, 각종 시위현장 참여를 통해 파견미술가로도 불리는 이윤엽은, 이전 세대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저항과 비판의 수위를 한 차원 높여 인권과 삶의 존엄으로 끌어올린다. 그의 작업은 민중미술의 엄숙한 리얼리즘과 비장함을 지니고 있으나, 한편으로 밝고 경쾌한 감각으로 삶의 본질과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다. 여느 예술가 보다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하고 진솔한 시선으로 우리, 자신과 이웃의 삶을 보듬을 줄 아는 예술가다. 이윤엽은 민중판화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감수성과 언어를 획득해 나가는지 그의 작품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윤엽의 작업은 민중미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판화의 미디어로서의 역할은 본질적인 역할이었다. 세계유산인 팔만대장경은 경전을 출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인쇄술의 발달로 더이상 나무를 깍아 책을 제작할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판화가 인쇄의 본질이다. 이윤엽은 오히려 미디어로서의 판화, 출판을 통해 판화의 미덕을 십분 알리는 책에 그림과 글을 써왔다. <나는 농부란다> 사계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서유재,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우리교육, 등 20여권의 책에 판화작품을 싣고, 글을 써왔다.
이번 <민중미술 판화> 특별전은 행촌미술관의 신축 재개관을 기념하며, 행촌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전시는 소장품 전시이다. 또한, 오늘날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한히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 과잉 시대에, 목판에 새겨진 노동의 물리적 흔적과 시간은 오늘의 미술 현장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공유하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왔는가?
오늘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삶’, 그리고 ‘예술의 역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다. 목판에 새긴 것은 시대의 기록이자 이상을 향한 의지이며 시대의 열망이다. 본 전시는 그 흔적들을 다시 읽고, 오늘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사유하는 장을 열어두고자 한다.
오늘 행촌미술관의 재개관과 함께 <민중미술 판화> 특별전을 통해 다시 환기하고자 하는 점이다.
고귀한 기록, 행촌 김제현박사가 아끼고 사랑한 예술작품展/ 2층 행촌기념관
행촌미술관 소장품의 진정한 역사는 197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4년 행촌미술관 개관 이후 지난 10 여년의 노력이 핵심이지만 소장의 역사는 세대를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장품 한점 한점, 저마다의 내력을 품고 있지만 (고)행촌 김제현박사의 소장품의 의미와 가치는 ‘風流풍류’와 ‘因緣인연’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고)행촌 김제현박사님이 남긴 유품은 생활공간 가까이 두고 매일 쓰다듬고 아끼던 애장품입니다. 서가에 꽂힌 책이 그 주인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소장자의 벽에 걸렸던 미술품은 소장가의 취미와 인품, 그리고 그 삶을 더욱 진솔하게 말해줍니다. (고)행촌 김제현박사님의 수집품은 지역에 기반한 전통서화 도자기 수석과 서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시절 지역문화의 유행과 흐름, 그리고 지역 미술사의 단면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고)행촌김제현박사님은 당시 해남에 거주하던 숙당배정례淑堂 裵貞禮와 경상도 출신 제강안태원霽剛 安泰源과 매우 가깝게 지냈습니다. 숙당배정례는 이당김은호의 제자들로 구성된 후소회 소속 예술가였습니다. 숙당은 당대 유명예술가였고 숙당의 동료들은 자주 해남을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 남도 예술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 자연스레 해남에 소개되고 유입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남농기념관에 소장된 남농선생의 예술가 친구들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후소회와 의제 허백련이 만든 연진회는 초기에 매우 활발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목포의 남농과 광주의 의제, 진도 해남 예술가는 당대 가장 활발한 예술활동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因緣의 결과는 행촌미술관 설립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행촌미술관 개관 전 20여 년은 2대 소장가인 현 김동국 이사장의 인연에서 비롯됩니다. 김 이사장님과 호형호제하던 예술가와의 인연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작품이 소장됩니다. 시인 김지하를 비롯하여 민중화가 홍성담. 인사동 백작으로 불리며 80년 이후 한국미술계 마지막 낭만주의자 여운과 동료 화가들은 해남과 서울에서 자주 만나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그 시절 여운 작가는 김 이사장에게 동료 후배 예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고는 하였습니다.
행촌미술관 개관 이후 소장품은 어느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미술품보다 행촌미술관의 특징과 가치를 담은 작품들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마도창작레지던스 풍류남도아트프로젝트, 그리고 행촌미술관의 크고 작은 기획전시의 결과물과 목표를 가진 전문적 시각에서 소장품이 결정되었습니다. 동시대, 수묵, 남도, 해남, 지역미술, 발굴, 그리고 인연因緣이 키워드입니다.
예술을 애호하는 소장자는 당대 예술품을 수집하고 기록합니다.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 소장품도 소장자의 취미와 애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소장자가 모은 한 점 한 점의 작품이 모여 소장자료로서 의미와 가치를 만들고 그렇게 모인 소장품은 소장자 개인의 품을 떠나 공공의 문화로 전환되는 운명을 결정해야만 할 때를 만나게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장자의 예술적 취미가 한곳에 모이면 예술은 큰 영향력을 갖게됩니다. 그리고 그 힘은 다시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10년이 되고 한 점 한 점 모인 예술품은 어느 날 당대의 문화로 기록됩니다. 그 기록은 오늘 우리 삶의 결과물이자 인문적 수준이 됩니다. 사립미술관의 향후 진로는 공공의 유산으로 그 역할을 전환해야만 하는 시기를 맞게 됩니다. 간송미술관과 이건희미술관의 사례가 바로 그것입니다.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얼마 뒤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예정된 일입니다.
지난 10여년 행촌미술관에서는 앞으로 100년 이후에도 해남의 문화적 힘이고 전남문화의 수준을 반영할 ‘행촌문화’를 준비해왔습니다. 오늘 간직한 예술은 후대로 이어지는 역사이고 전통이고 문화입니다. 행촌미술관은 개관부터 (고)행촌김제현박사님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오늘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동시대 예술가와의 인연을 기반으로 창작을 격려하고 창작레지던시를 통한 전시와 작품소장은 오래 전 행촌김제현박사님이 남긴 길이었습니다.
(고)행촌김제현박사 탄생 100년과 행촌미술관 신축이전은 선대의 뜻을 따라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일의 시작입니다.
“예술은 영원하다 Art endures”_ 대를 이은 예술 사랑, 이어 받은 선대의 꿈展/ 3층 Gallery S(storage)
“예술가는 부드럽고 연약하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긴 시간과 강한 힘, 끝나지 않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미술관의 수장고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예술작품이 머무는 장소이자, 보존되고 연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행촌미술관의 3층 수장고는 때로 개방된다. 보존과 함께 보여주는 ‘전시하는 수장고’다. 축적과 해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공간은, 예술이 긴 세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후대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전시 《예술은 영원하다 Art Endures》는 과거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예술의 영속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예술가는 부드럽고 연약하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긴 시간과 강한 힘, 끝나지 않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라는 명제는, 인간의 유한성과 예술의 지속성 사이의 긴장을 함축한다. 한 개인의 삶은 유한하지만, 그가 남긴 예술은 시간을 넘어 다른 시대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그 중심에 수집하는 소장가가 있다. 이 전시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예술작품이 된 해남’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삶의 터전이 어떻게 예술적 대상이자 의미의 장소가 되는지 보여준다. 해남이라는 공간은 자연적 지리적 환경일 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의 시선과 해석을 통해 축적된 예술, 그리고 문화로 재구성된다.
두 번째, 김동국 이사장의 소장품은 한 개인의 지속적인 예술적 관심과 수집이 어떻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문화적 가치로 전환되는지 보여준다. 이는 선대의 감각과 판단, 그리고 예술에 대한 신념이 다음 세대 전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대를 이은 예술 사랑, 이어받은 선대의 꿈’이라는 부제는 바로 이러한 계승의 구조를 함축한다.
세 번째 이마도 국제 창작 레지던시 12년은 동시대 예술의 생성과 교류의 시간을 의미한다. 이마도 국제 창작 레지던시에서 이루어진 창작과 교류는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며, 예술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생산되고 확장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시간의 축적은 오늘, 동시대 예술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예술을 예비하는 잠재적 기반이다.
참여작가들은 세대와 지역, 매체를 가로지르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서용선, 민정기, 류연복, 이윤엽, 홍성담, 최경태를 비롯한 국내 작가들과 해외 작가들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생성된 작품들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공유한다. 그것은 예술이 어떻게 시간을 견디고,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전통적인 수장고와 달리 이제 행촌미술관 수장고는 정지된 공간이 아니다. 행촌미술관 소장작품들은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의 문화적 가치로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생산한다. 과거의 전통위에 축적된 시간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며,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한다.
결국 “예술은 영원하다”는 선언은 수 많은 예술가들의 삶과 아름다운 손길과 인연에 의한 선택과 소장, 그리고 그것을 이어가는 또 다른 손길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행촌미술관의 Gallery S(storage)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흘러간 시간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넘어 지속되는가를 보여준다. 예술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며,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한갓 쌓아두는 것이라면 잘 본다고 할 수 없고, 본다고 해도 칠해진 것밖에 분별하지 못하면 아직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랑한다고 해도 오직 채색과 형태만을 추구한다면 아직 안다고 할 수 없다. 안다는 것은 화법은 물론이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오묘한 이치와 정신까지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 유한준(1732~1811) 조선 정조때 수장가 김광국의 석농화원 화첩
행촌미술관, 김제현 박사 탄생 100주년 개관전 개최 [목포MBC 뉴스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