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경. 화가의 여행법_노마드 스튜디오展


수윤미술관

2021.09.30. - 11.02.

※12.31.까지 연장 전시합니다.

안혜경

화가 안혜경은 2015년부터 레지던시를 통한 여행을 해왔다.

소녀 시절부터 마음 속에 품었던 자신만의 작업실을 갖게 된 지 꼭 10년만이다.

혼자 그림 그리고 전시하고, 10년 동안은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혼자 노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2015년 행촌문화재단 <풍류남도아트프로젝트> 화가들의 봄 소풍에 초대받았다. 2015년 동백매화 답사이다. 예술가에게 여행이란 세상과의 교감 혹은 예술적 영감 채집의 시간이다. 이러한 예술가의 공식적인 여행 프로그램이 창작레지던시이다. 예술가는 어느 정도 작업 환경이 갖춰진 창작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낯선 환경과 공간에 스스로를 던짐으로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의식의 무방비 상태에서 다가오는 각종 이질적인 경험은 예술가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작동시켜 일상의 익숙함에서 무뎌지곤 하는 예술적 감성을 예민하게 한다.  

안혜경 작가의 작품 여정은 작가의 여행과 깊은 관계가 있다. 2015년 동백매화 답사와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가 끝난 늦가을, 작가는 10년 동안 더없이 행복했던 자신의 작업실을 두고 이마도작업실로 떠났다. 바람과 파도가 태고적 부터 한시도 쉰 적이 없는 남쪽 작은 섬 임하도. 잠시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불어대는 거친 바닷바람을 만난 작가는 마침내 바람을 그렸다. 바람과 함께 자라는 풀과 호박을 그렸다. 바람 속에 놓인 붉은 황토를 그렸다. 2016년 내내 예술가 안혜경은 이마도작업실에서 바람을 그렸다.    

봄이 오니 길가에 무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바람이 따뜻해지고 파도가 부드러워졌다. 울돌목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들이 살이 오르고 임하도 어부들이 바빠졌다. 작가는 임하도 바다와 바다 밑 숭어떼와 물고기들의 안부를 그렸다. 2017년 안혜경 작가는 해남 땅끝으로 여행을 떠났다. 땅끝에서 작가는 <안식당>을 열었다. 땅끝 붉은 땅에는 붉은 호박이 덩굴을 따라 구르고 굴러 겹겹이 쌓인 탑을 이루고 있었다. 2018년 안혜경 작가는 목포와 진도 목포로 국제적인 수묵여행을 떠났다. 멀리 해외에서 온 예술가들에게 매일아침 식사와 차를 대접했다. 예술가들과 함께 함께 낭만항구 목포의 맛을 보았다. 2019년 안혜경작가는 Tailand로 여행을 떠났다. 황금의 나라 승려의 나라 개들의 천국 타일랜드에서 비로소 열대과일 맛을 알게 되었다. 여름에는 수윤동산 거인의 정원에서 <멀구슬오동나무다방>을 열었다. 여름내 농사 짓는 학동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시원한 얼음차배달도 하고 국수를 말아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다. 밥상에는 나물 파스타도 파전도 올라  왔다. 밭에서 따다 금방 찐 옥수수가 꿀맛이었다. 매일 매일 작가의 레시피가 다채로워졌다. 2020년 안혜경 작가는 신안 둔장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둔장마을미술관 개관전을 위해 낮이면 둔장마을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한 몸에 담았다. 매일 밤마다 몸에 담긴 이야기를 종이에 먹으로 풀어 둔장마을 사람들의 인생을 그렸다. 겨울 대파 농사가 한창이던 둔장마을에 매일 스프링클러가 돌아갔다. 대파는 무럭무럭 자라고 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스프링클러가 푸른 파밭에 돌아가는 낯선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안혜경작가의 <대파산업단지>는 신안의 섬마다 흔한 겨울풍경이다. 2021년 안혜경작가는 안좌도와 병풍도로 여행을 떠났다. 안좌도에서 대선배화가 김환기가 살던 집에서 김환기의 달과 별 바다 그리고 그리운 고향 사람들을 만났다. 여름 내내 청년김환기가 화실로 사용하던 이삼단할머니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선풍기 바람을 쐬며 찬물에 밥을 말아먹고 낮잠을 자고는 했다. 어쩌다 그림을 그리다 수박을 잘라 먹고는 했다. 작가는 안좌도 읍동마을사람들이 우물가처럼 모이곤 하는 쌍샘점빵에서 안좌도 읍동사람들을 만났다. 쌍샘점빵에 모인 할머니들은 막걸리 한 병을 두고 오후 내내 이야기꽃을 피우고 전통가요 뽕짝을 부르고는 했다. 늘 나오던 분이 하루 안보이면 모두가 걱정했다. 8월이 되자 작가는 김환기 고택에서 <김환기길 사람들> 전시를 했다. <김환기길 사람들>이 진행되는 동안 작가는 매일 자라도에 갔다. 자라도에서 1950년 6.25전쟁 때 북에서 홀로 피란 온 소년을 만났다. 70년전 소년은 80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고향에 두고 온 마음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환기길 사람들>전시를 끝낸 작가는 잠시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9월이 끝나는 날 빨간 맨드라미가 지천인 맨드라미섬 병풍도로 들어갔다. 1시간이나 배를 타고 가서야 병풍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