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안은 여자,100x80cm Acrylic on canvas 2020


이마도二馬島_낙원樂園으로부터

행촌미술관

2020.07.25 - 08.25

전남문화관광재단 레지던스사업 결과보고展

최석운 Choi Sukun

2019. 07~2020. 09.


이마도二馬島_낙원樂園으로부터

2019년 7월 마지막 날 최석운 작가는 해남 임하도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다시 7월 눈 깜짝하는 사이 1년이 지나갔다. 단지 꿈이 아니었을까....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2019년 7월 1일 서울 용산우체국 앞에서 최석운 작가를 만났다. 지인의 결혼식에서 잠시 스친 일을 제외하고 아마도 10여년만에 다시 만난 듯하다. 막국수로 점심을 함께 하며 이런 저런 근황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10여년만의 대화라니.... 오랜만에 만난 사이일수록 오히려 할 말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래 전 나는 10년만의 조우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2019년 7월 31일 작가는 이마도작업실에 왔다. 하필 그 날은 여름 행사가 한창이었다. 전시개막과 공연이 3일 동안 시간별로 겹쳐있어 바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 이었다. 그 날 반갑게 맞아주지 못했다. 다음날도 가보지 못하고 행사가 끝나고서야 이마도작업실에 갔다. 경상도 사람이 생전처음 전라도에 왔다며 전라도 사투리 연습을 하면서 몇날 며칠 청소를 했다. 여러 작가들을 거치는 동안 오래된 찻잔에 스며든 찻물의 때처럼 겹쳐진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던 작업실이 반짝반짝 해졌다. 비단 작업실 청소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석운 작가는 매우 조용히 칩거하며 작업에 몰두 했다. 가끔 소리 소문 없이 서울을 오가며 5년만의 전시를 준비하고 마당에 배롱나무 가지를 치고 어떤 날은 색 바랜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도 하면서 작업에 집중했다. 어느 날 작가는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했다. “3개월만 있으려고 했는데, 4 계절을 다 경험 해보고 싶다”고...


그 즈음 서울에서 전시 <화려한 풍경/ 2020 3. 10~30 gallery Now>가 열렸다. 전시회 출품 작품에 작가가 해남에서 만난 인물과 풍경이 슬며시 스며들고 있었다. 작가에게 전시 마치고 이마도작업실로 귀환하면 무슨 계획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작업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열심히 작업에 임해야겠지요.” “그리다만 것들.. 갯벌에 선남자. 백일홍. 임하도. 등대. 바다가의 남자와 개. 아침 햇살 받은 운동장 경계목들. 염전에서 소금 만드는 사람들. 붉은 땅에 그려진 풍경.. 등등...“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마음은 이미 이마도작업실에서 작업 중이다.


어떤 큐레이터는 이미 창작된 작가의 작품을 해석하고 전시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나는 이마도작업실 입주 작가들과 새로운 일을 저지르는 것을 선호한다. 작가가 하고 싶었으나 미뤄둔 작업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작가는 생각도 없는데, 졸라서 엉뚱한 일을 벌려보기도 한다. 작가들의 도록이나 책을 출판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이번에도 나는 20년 지기 작가와 함께 전에 없던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2020년 4월의 어느 봄날. 최석운의 이마도작업실에 작은 소요가 일었다. 그사이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갔다. 봄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 19의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여느 해처럼 남도의 봄은 여전히 찬란하지만 고난의 봄이 가고 있었다. 작가의 5년만의 전시도 고난의 봄과 함께 조용히 지나갔다. 그렇게 잔인한 4월의 어느 날 작가는 서울전시를 마치고 이마도작업실로 돌아왔다. 임하도 인근 농부들은 묵묵히 무화과 밭을 정비하고 염전에서는 소금을 만들고 있었다. 경기침체로 버려진 대파 밭도 그대로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4월의 해남은 보리와 숭어의 계절이다. 지난 해 가을 벼를 수확한 논에 뿌려둔 보리씨는 푸른색으로 촘촘하게 새순을 내고 자라고 있었다. 보리가 푸르게 쑥쑥 자라고 있을 때 우수영 울돌목에는 숭어 떼가 역류한다. 힘차게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을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 떼를 보리숭어라고 부른다. 임하도 어부들은 바다농장에서 보리숭어를 건져올려 인근 5일장으로, 어판장으로 횟집으로 보내곤 한다. 최석운 작가에게 동네 어부에게 부탁하면 보리숭어를 맛볼 수 있다고 귀뜸 해주었다. 임하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리숭어는 작가의 식탁에 올랐다가 그림이 되었다. 보리숭어 두 마리가 그려진 그림 옆에는 꽃이 피고 있는 대파 한 점이 장하게 그려져 있었다. 작가가 돌아온 4월의 이마도작업실에는 이미 매화는 지고 벚꽃과 복숭아꽃 살구꽃이 한창이다. 바다는 청자색 봄 바람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렁인다.


임하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위에 자리 잡은 이마도작업실에서는 사방으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작업실에서 섬 사이로 올라오는 일출과 키 큰 소나무사이로 지는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최석운 작가의 작업실 창으로 보이는 너른 마당 경계목 사이로 갈 곳 없는 파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꽃 핀 파들은 이미 쓸모를 잃어 농부에게는 버려진 자식이다. 작가는 작업실을 둘러 싼 파밭에서 늦도록 자란 파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했다. 물론 보리숭어도 처음이고 지천에 널린 쑥과 진달래꽃으로 만든 화전도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이마도작업실에 함께 작업 중인 조병연 한보리작가와 함께 화전을 만들고 싱싱한 보리숭어로 봄맛을 본다. 작가의 작업실 벽에는 어느새 숭어가 헤엄치고 대파가 장대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하늘을 향해 춤추는 백일홍나무 아래 고양이들은 평화로운 봄을 즐기고 어미가 된 진돗개 진풍이는 어린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그렇게 2020년 4월 이마도작업실에서는 봄이 작가의 작품으로 평화롭게 깊어지고 있었다.





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

유채꽃, 110x80cm Acrylic on Hanji 2020

화조도, 53x45cm Acrylic on canvas 2020

화조도, 110x145cm Acrylic on Hanji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