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_세계유산 해남 대흥사 가는 길展

수윤아트스페이스

2020.05.20.~06.30.

동시대 예술로 이어진 세계유산 대흥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에게 전통은 오래 된 보물창고로 통하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천년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며, 도서관이었던 우리 산지승원은 우리문화의 전통을 이어 온 역사다. 문화유산은 국가와 민족, 시대와 종교를 넘어 인류의 자존이다. 1600년 불교문화를간직한  대흥사大興寺 역시 전통문화예술의 보물창고이자 해남과 남도의 역사이다.


대흥사大興寺는 국토의 최남단이자 해양이 시작되는 곳, 바다에서 육지를 처음 만나는 곳에 있다. 바다가 끝나는 곳에서 부터 두륜산과 달마산이 시작되어 한반도의 백두대간으로 올라간다. 대흥사는 백두산과 곤륜산에서 한자씩 가져온 두륜산(頭崙山)에 자리 잡았다. 두륜산을 대둔산(大芚山)이라 부른 적도 있어 대둔사(大芚寺)라 기록되기도 하였으나 언제부터인가 해남 두륜산 대흥사로 부른다. 불교가 한반도에 전해지고 채 100년도 되지 않아 신라의 정관스님이 두륜산에 만일암을 세우면서 오늘날 대흥사가 시작 되었다고 전한다. 만일암을 세운 정관스님에 대한 생애나 활동 내용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다산과 한 시대를 공유했던 아암 혜장선사와 추사와 예술과 학문 차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교분을 가졌던 초의선사역시 대흥사의 내력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서양의 정신적 심장 로마의 성바오로 성당과 성 베드로성당은 4C말 5C에 세워졌다. 해남 두륜산아래 대흥사는 4C초부터 그 자리에 터를 잡고 1600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곳에 있었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 중 높이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대흥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넓은 산간분지에 있어 하늘에서 보면 마치 연꽃이 활짝 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연꽃 중심부에 1600년 동안 진리를 추구하는 스승과 제자가 살고 있다.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르침을 받고 위로받으며 살아냈다. 천년의 시간은 땅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사람의 문화와 예술을 이루고 상징과 역사가 되어 산중 절집에 차곡차곡 쌓여 왔다. 부처를 모시고 불법을 전하는 불국토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워지고 대중을 교화하고 교육할 그림이 그려지고, 당대 최고의 예술가 장인들에 의해 종교적 성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연꽃의 향기는 인근으로 조용히 퍼져나갔다.


조용한 절집에 사람들이 모여드니 스님들은 더 깊은 산 중 암자로 떠났다. 대흥사는 그렇게 두륜산에 자리 잡은 이래 인근에 미황사 백련사 무위사 도갑사로 이어졌고 해남 강진 장흥 영암 무안 신안 진도 완도 목포 광주 등 남도일대 사찰의 구심점이 되었다. 사찰보다 더 많은 암자들이 늘었다. 가장 높은 곳에 북암과 일지암 진불암을 비롯해 크고 작은 암자를 품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가“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라 부르고 서산대사의 의발(衣鉢)을 대흥사에 전해 오늘까지도 보관 중이다. 이 일로 인해 대흥사는 한국불교의 종통이 이어지는 곳(宗統所歸之處)으로 한국불교사에서 중요 한 위상을 가졌다. 영조이후 왕실에서는 매년 서산대사에게 제를 올리고 국가를 지키는 호국선원으로 관리하였다. 때문에 건축의 규모와 형태 역시 다른 사찰과는 확연히 다르다. 풍담(風潭)스님으로부터 초의(草衣)에 이르기까지 13분의 대종사(大宗師)가 배출되었으며, 만화(萬化)스님부터 범해(梵海)스님에 이르기까지 13분의 대강사(大講師)가 배출되었다. 고려가 끝나고 선비의 나라 조선이 시작되면서 맥이 끊어진 차를 복원한 초의선사로 인해 우리나라 차문화(茶文化)의 성지로도 자리매김하였다.


그렇게 대흥사는 1,600년 동안 불법을 수호하고 민중과 함께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성장하고 확장되어 왔다. 이제 대흥사는 종교적장소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전통과 역사와 지혜가 이어지는 역사 문화 예술 도서관 그리고 인류의 자존이다. 따라서 대흥사로 가는 길은 비단 종교적 길만이 아니다. 인류의 문화적 자존의 길이기도 하다. 예술의 전통이 이어지는 길이다. 오늘도 예술가들은 해남海南 두륜산대흥사頭輪山大興寺에서 1600년 전통과 영감을 받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고 새로운 유산을 창작하고 있다.


해남 행촌문화재단에서는 예술가들과 함께 대흥사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열고자 노력해왔다. 해남 대흥사를 중심으로 한 풍류남도 해남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외 예술가 200명 이상이 참여하여 대흥사와 해남 곳곳을 1,000여점 이상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창작하였다. 해남을 담은 예술작품은 그동안 해남 목포 광주 서울 홍콩 상하이 등에서 크고 작은 전시회를 30회 이상 열었다. 2017년 시작된 <예술과 함께 떠나는 남도수묵기행>을 통해 매년 500~600명 3년 간 1,700명의 사람들이 또 다른 해남 대흥사 가는 길을 열었다. 대개의 예술가와 일반인들은 그 길이 처음이었다. 대흥사에 이르는 길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가는 길이다. 1600년 시간의 근원을 향해 그 길에 걸어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아름답고 고귀한 길이다.


예술이 된 세계유산 대흥사

예술가와 함께 대흥사 가는 길은 2015년 봄부터 시작되었다.

매년 봄 동백이 툭툭 떨어지고 매화가 필 때 화가들은 대흥사에서 맑고 차가운 하늘에서 쏱아지는 별을 보고 일지암에 올라 차를 마시고 북암에 오르며 1000년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곤 하였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대흥사에 머물며 대흥사를 화폭에 담기도 하였다. 이른 새벽빛을 기다려 천년고찰의 내면과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계유산 대흥사는 동시대 예술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