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농부 김순복의 행복한 그림농사展

 서울 농업박물관 2019.05.30 - 06.30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과 해남군 현산면 현산농협(조합장 이옥균)에서는 6월 5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농업박물관에서 <해남 농부 김순복의 행복한 그림> 전시회를 개최한다. 2017년 행촌문화재단과 해남군민의 초대로 이루어진 첫 전시<농부화가 김순복의 순 진짜 참기름처럼 고소한 그림 전시회>이후 일곱 번째 열리는 전시회이다. 이번 <해남 농부 김순복의 행복한 그림>전시회는 신작과 첫 전시 이후 새로 그린 작품, 90여점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마음이 담긴 초기 100여점의 작품 등 총 220여점의 작품 중 6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미술계 안에서 성장한 기성 화가도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곱 번의 개인전시를 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김순복은 농부로서의 삶을 포기할 생각도 없고, 여전히 2만 여 평의 밭농사를 척척해내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중미술 화가이자 모 대학 교수님은 김순복을 진정한 민중화가라고 한다. 대다수 민중미술 작품은 객관적 거리감을 가지고 있지만 김순복의 작품은 한 점 한 점이 자신의 삶이고 마을사람들이 다 모델이고 주변에 이야기 거리가 모두 다 그림이니 부러운 점이라고도 하였다. 그래서 농부화가 김순복의 그림은 고소하고 찰진 우리 농촌 맛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이 모판 하나에서 쌀 한 말이 나오는 겨. 요새는 기계가 모를 다 심고 거두어 들잉께 나락 농사 일이 수월해졌지만 옛날 같으믄 모내기철이 젤로 힘든 때였어라우.”

“이 논배미에 사람들이 그득하니 들어서서 가마솥에 불 때서 밥해 날랐제. 몇날 며칠 술 거르고 반찬 만들어 온 동네 사람들이 잔치를 벌렸은께. 사람 모여 사는 맛이 났제요.”

“우리 아짐! 꽃 같은 얼굴이 농사일에 다 늙어지셨네. 힘들지 않으셔요?”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소? 봄비 내리면 논에 물 가두어 모심고 여름내 풀매서 가꿔주고 가을되면 자식들 쌀가마니 나눠주는 재미로 일한께, 농사가 최고로 고맙지라”

“우리 아짐! 오늘 모 다 심으믄 내일 또 무슨 일 하시려나요?”

“마늘 캐고 양파 캐 들여야재. 콩 심고 깨 심을 때가 돌아온께, 마음이 바쁘당깨. 그래도 우리 자식들이 낼모레 일 도와주러 온다 한께 기분이 좋구만.”

“귀여운 손자들 볼 생각에 얼굴이 환하구만요? 아 그런디 저 꽃은 향기가 무지 좋다요?” “해마다 이때 되믄 활짝 피제. 찔레꽃이 많이 피면 참깨 풍년이 든다는디.”

“새하얀 꽃무더기 위에 벌, 나비 춤추고 뻐꾸기 한나절 목청 자랑을 하네요. 우리 아짐 오월은 농번기랑 같이 오구만요잉“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농촌아짐들의 이야기 속에는 농촌생활의 애환이 담겨있다. “이 모판 하나에서 쌀 한말이 나오는겨!” 그러나 강아지 사료보다도 싼 쌀농사를 지으면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어머니 올해는 감자금이 좋겠지요?” 중년을 훌쩍 넘긴 아들과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감자를 심으며 희망을 말해본다. 올해 감자 금이 아무리 좋아도 장가갈 기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오늘만은 감자밭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농촌만의 행복이 있다. “아부지 비오요오!!!” 라고 아들이 외치니, 달콤한 낮잠에 빠진 아버지가 잠결에 대답한다. “아 (비가 온들)뭐시 걱정이냐~, 도가지에 쌀 그득하니 담아 놨겄다~ 땔나무 해 놨겄다~ 느그 엄매 부순방에 누워 있겄다~~”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태평성대요 행복이 따로 없다. 부슬부슬 비오는 날 따뜻한 아랫목에서의 편안한 꿀잠은 농부라서 가능한 일이고 천금 돈으로도 살수 없는 호사다.


화가라서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얼른 Yes!!!라고 대답할 이가 몇이나 있을까? 오랜 세월 훈련된 기성작가들의 마음을 담박에 사로잡는 김순복 그림의 매력은 무엇일까? 농부화가 김순복의 그림에서 ‘이 그림은 행복하다!’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화가 자신이 오래전 가슴자신이 가졌던 순수한 ‘예술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김순복작가는 화가의 꿈을 이루어서 행복할까? 김순복의 최근 그림에서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제 김순복을 모르는 해남사람은 별로 없다. 지역 행사에 초대되고 지역신문에도 자주 소개 되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틈틈이 써온 시 200여 편 중 80여 편을 골라 그림과 함께 역은 김순복의 시 그림책이 출판되었다. <농촌어머니의 마음>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공공도서관에서 출판기념 북콘서트도 하였다. 게다가 농촌의 일상을 다룬 TV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여 동네사람들은 은근 모두가 부러워하고, 길가다 알아보는 이들도 있고 음식점이나 시장에 가도 주인들이 ‘화가선생’으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 해준다. 인생 2막이 이보다 성공적일 수 있을까? 그러나 김순복작가에게 남들은 모르는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수 십년 전 자녀들과 했던 약속을 지킨 엄마라는 것이다.


“엄마는 나중에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거야!”

김순복작가의 자녀들은 약속을 지킨 엄마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누가 뭐래도 김순복은 행복한 작가다.


 

 행촌문화재단 대표 이승미